이름은 빵, 부엌에서는 감자처럼
미국 국립열대식물원은 잘 여물었지만 아직 단단한 빵나무 열매를 감자 대신 쓸 수 있는 재료로 소개한다. 이때는 전분이 많다. 찌거나 삶아 부드러워진 과육은 으깨 먹고, 조각내 튀기면 겉을 바삭하게 만들 수 있다. 불에 구웠을 때의 질감과 향이 빵을 떠올리게 했다는 것이 이름에 얽힌 설명이다.
그렇다고 밀가루 반죽과 똑같이 늘어나거나 부푸는 것은 아니다. 생과를 자른 단면과 찐 조각을 나란히 보면, 단단하고 촘촘하던 살이 포크로 가를 만큼 부드러워진다는 쪽이 이해하기 쉽다. 껍질과 질긴 중심부를 제거한 뒤 먹는 경우가 많다.
더 익어 말랑해지면 쓰임도 달라진다. 과육이 달고 크림처럼 부드러워져 파이나 케이크 같은 디저트에 이용한다. 밥 재료로 쓸지 후식으로 쓸지에 따라 기다리는 익음의 정도가 달라지는 셈이다. 단단한 열매는 익혀 먹는다. 부드럽게 완숙한 과육을 생으로 먹는 경우와 구분해야 한다.

표면의 작은 칸들은 어디서 왔을까
초록 껍질에는 잘게 나뉜 무늬가 이어진다. 이 큰 열매는 여러 작은 꽃이 함께 발달해 만들어진다. 꽃들이 모여 있던 구조가 자라면서 하나의 덩어리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단면에는 사과의 별 모양 씨방과는 다른 모습이 나타난다.
빵나무 열매라고 모두 같은 것도 아니다. 모양, 껍질의 울퉁불퉁함, 과육색이 다르고 씨가 있는 계통과 없는 계통도 있다. 이 글의 단면은 씨 없는 계통을 그렸다. 그림에서 씨가 안 보인다고 다른 빵나무 열매에도 씨가 없으리라 생각하면 곤란하다.
뉴기니와 인도·말레이 지역에서 유래한 빵나무는 태평양을 항해한 섬 주민들의 손으로 널리 퍼졌다. 낯선 과일을 구경하는 우리에게는 이름이 먼저 재미있지만, 오랫동안 길러 온 사람들에게는 끼니를 마련하는 나무였다. 잘 여문 열매 하나를 따서 찌고, 가족이 먹을 만큼 나누는 장면을 떠올리면 빵이라는 이름이 과장처럼만 들리지는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