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바깥에도 먹을 것이 있다
흰 부분은 포장재처럼 붙어 있는 찌꺼기가 아니다. 수분과 당분이 있는 과육으로, 생으로 먹거나 음료와 디저트에 이용한다. 달면서 산미가 있어 우리가 초콜릿에서 기대하는 고소하고 쌉싸름한 맛과는 거리가 있다.
영국 큐 왕립식물원의 재배 담당자가 쓴 카카오 수확 기록에서는 이 과육의 맛을 패션프루트와 허니듀멜론에 빗댄다. 맛을 짐작하게 해 주는 비유다. 품종과 익은 정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초콜릿 크림을 상상하며 먹을 부위는 아니다.
갈색 한 조각까지는 일이 많다
초콜릿용 씨는 과육이 붙은 채로 발효를 거친다. 미생물이 과육의 당을 이용하는 동안 열이 나고, 씨 안에서도 훗날 향을 만드는 데 필요한 변화가 일어난다. 그 뒤 말리고 볶아야 익숙한 카카오 향이 발달한다. 국제코코아기구는 좋은 초콜릿 향에 발효와 볶는 과정이 모두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볶은 씨의 껍질을 벗겨 부순 것이 카카오닙스다. 이것을 곱게 갈면 씨에 원래 들어 있던 지방 덕분에 걸쭉한 카카오 매스가 된다. 설탕 등을 배합하고 입자를 더 잘게 만드는 공정을 거쳐야 입안에서 매끈하게 녹는 초콜릿에 가까워진다. 열매를 따서 바로 한입 깨물면 판초콜릿 맛이 날 거라는 기대는 여기서 접어 두자.

흰 과육도 초콜릿에 넣을 수 있을까
실제로 그 질문을 붙잡은 연구가 있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 연구진은 2024년 카카오 과육과 껍질 안쪽 일부를 이용한 젤로 설탕을 대신하는 초콜릿 제조법을 발표했다. 과육에서 나온 즙을 많이 넣으면 초콜릿이 뭉치고, 적게 넣으면 충분히 달지 않아 배합을 조절해야 했다.
흰 과육을 그냥 초콜릿에 섞으면 된다는 뜻은 아니다. 연구진도 새로운 가공·공급 설비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카카오 한 알 안에는 초콜릿이 될 씨와, 이미 과일로 먹을 수 있는 흰 과육이 함께 들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