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끓게 하는 새빨간 속살
겉모습도 붉지만, 반으로 쪼개면 한층 더 아찔한 붉은색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검은색의 납작한 씨앗들이 핏빛처럼 붉고 끈적한 과육(가종피)에 겹겹이 둘러싸여 있죠. 이 강렬한 색깔의 정체는 바로 라이코펜과 베타카로틴입니다. 미국 농무부 농업연구청이 분석한 가장 잘 익은 걱의 가종피 시료에서는 상업용 토마토보다 76배 넘는 라이코펜이 측정됐습니다. 다만 함량은 열매의 부위와 숙도, 품종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놀라운 점은 그 화려한 색에 비해 맛은 무척이나 단조롭다는 겁니다. 특별히 달지도, 시지도 않고 약간의 기름진 느낌과 함께 은은한 오이나 아보카도 향이 날 뿐이죠. 단독으로 과일처럼 즐기기보다는 다른 요리에 색과 영양을 더하는 재료로 쓰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새해를 붉게 물들이는 베트남의 소울푸드
걱은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덩굴을 타고 자랍니다. 하지만 재배 기간이 길고 수확철이 12월에서 1월 사이로 짧아 현지에서도 꽤 귀한 대접을 받습니다.
베트남 사람들에게 걱은 단순한 식재료를 넘어선 의미를 가집니다. 특히 최대 명절인 '뗏(Tet, 새해)'이나 결혼식 같은 경사스러운 날에는 걱의 붉은 과육으로 물을 들인 찹쌀밥 '쏘이 걱(Xoi Gac)'을 빼놓지 않고 상에 올립니다. 강렬한 붉은색이 행운과 기쁨을 가져다준다고 믿기 때문이죠. 밥을 지으면 쌀알 하나하나가 예쁜 주황빛으로 물들고, 걱이 가진 풍부한 오일 성분 덕분에 밥에 윤기가 흐르며 고소한 풍미가 더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