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리로 가득 찬 초록빛 우주
칼을 집어 들고 조심스럽게 반으로 가르는 순간, 겉모습 못지않게 비현실적인 광경이 펼쳐집니다. 주황색 껍질 안쪽은 형광빛이 감도는 선명한 초록색 젤리로 꽉 차 있습니다. 개구리 알처럼 생긴 투명한 씨앗들이 젤리에 촘촘히 박혀 있는 모습은 호기심과 묘한 거부감을 동시에 불러일으킵니다.
숟가락으로 젤리를 푹 떠서 입에 넣어보면 뜻밖의 상쾌함에 놀라게 됩니다. 첫맛은 오이처럼 시원하고, 곧이어 은은한 바나나의 단맛과 레몬의 새콤함이 스쳐 지나갑니다. 강렬한 겉모습에 비하면 맛 자체는 꽤 순둥순둥하고 수분감이 넘칩니다. 식감은 패션프루트와 비슷하지만 훨씬 부드럽게 훌훌 넘어갑니다.

아프리카 사막의 생명수
이 기묘한 과일의 고향은 아프리카의 칼라하리 사막입니다. 척박하고 건조한 환경에서 물을 듬뿍 머금고 자라나는 생존의 달인이죠. 건기에는 사막의 동물들과 원주민들에게 귀중한 식수원이 되어줍니다. 메론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식물학적으로는 오이와 더 가까운 친척입니다.
1930년대 뉴질랜드에 처음 도입되면서 키와노라는 상표명이 붙었습니다. 뉴질랜드의 상징인 키위새(Kiwi)에서 따온 이름인데,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원래 이름인 아프리카 뿔오이보다 키와노로 더 널리 불리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미국이나 남유럽 등에서도 재배되어 대형 마트 이색 과일 코너의 단골손님이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