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 뜯고 씹는 원시적인 달콤함
할라는 과육을 칼로 예쁘게 잘라 포크로 찍어 먹는 고상한 과일이 아닙니다. 이 과일을 먹으려면 조금 더 원초적인 방식이 필요하죠. 수십 개의 쐐기 조각(Key) 중 하나를 뜯어내면, 안쪽의 좁은 부분은 부드러운 오렌지색 섬유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부분을 입에 물고 마치 사탕수수를 씹듯 꾹꾹 씹어 즙을 빨아먹습니다. 망고와 파인애플, 그리고 호박을 은은하게 섞어놓은 듯한 독특한 단맛이 입안으로 스며듭니다. 진득한 과즙을 다 빨아먹고 남은 뻣뻣한 섬유질 찌꺼기는 퉤 뱉어냅니다. 달콤한 즙만 취하고 버리는 그 과정 자체가 열대의 나른한 오후와 퍽 잘 어울립니다.

잎부터 뿌리까지 버릴 게 없는 생명의 나무
식물학에서는 이 나무를 '판다누스 텍토리우스(Pandanus tectorius)'라고 부릅니다. 열매의 생김새도 기괴하지만, 나무 자체도 꽤 독특하게 생겼습니다. 굵은 뿌리들이 문어 다리처럼 줄기 밖으로 튀어나와 땅을 단단히 움켜쥐고 자라거든요. 바닷가의 강한 바람과 파도를 견디기 위한 훌륭한 생존 전략입니다.
태평양 원주민들에게 할라 나무는 과일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길쭉하고 질긴 잎은 말려서 바구니나 돗자리, 지붕을 엮는 데 씁니다. 다 먹고 남은 열매 조각은 말려서 천연 페인트 브러시로 쓰거나, 꽃을 엮듯 실에 꿰어 아름다운 목걸이(레이, Lei)를 만들죠. 씨앗의 단단한 껍질을 깨면 나오는 고소한 견과류까지, 그야말로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섬의 보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