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껍질이 이렇게 말랑해도 될까
복숭아나 자두는 씨 바깥의 두툼한 과육을 먹는다. 아이스크림빈은 달콤한 부분의 출발점부터 다르다. 씨를 둘러싼 종피가 부드럽고 살집 있게 발달한다. 단단한 씨껍질을 떠올리면 꽤 뜻밖이다.
큐 왕립식물원은 이 흰 부분의 맛을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견준다. 우유나 크림이 들어 있다는 뜻은 아니다. 살짝 반투명하고 폭신한 질감에 단맛이 더해져 그런 이름을 얻었다. 사진에서 흰 부분과 검은 부분을 나누어 보면, 무엇을 먹는지 훨씬 쉽게 이해된다.

긴 꼬투리에는 그만큼 긴 줄이 있다
학명은 Inga edulis. 꼬투리 길이는 나무와 열매에 따라 다르지만, 큐의 소개 글에는 페루에서 길이 2.07m짜리가 나왔다는 기록까지 있다. 모든 열매가 사람 키보다 길다는 뜻은 아니다. 사진 속 작은 한 조각만 보고 짐작했던 크기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기록이다.
길게 열린 꼬투리를 따라 흰 덩어리가 반복되는 모습도 그 구조 덕분이다. 하나를 들춰 보면 씨, 다음 것을 들춰 봐도 씨가 있다. 아이스크림빈의 재미는 낯선 맛 이름보다 이렇게 익숙한 콩깍지 안에서 먹는 부위가 바뀐다는 데 있다.



